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아름다운 우리말] 소리를 내다

우리말 소리라는 단어는 참 재미있습니다. 소리는 자연의 소리부터 마음의 소리까지 다양합니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위로가 됩니다. 물론 심한 소리는 소음이 되기도 하죠. 우리는 때로 소리를 듣기 위해서 바다에 가고, 산에 가고, 숲길을 걷습니다. 소리 없는 자연은 무척 어색하고 답답할 겁니다. 제가 대학 때 썼던 시의 제목이 ‘소리하는 바다’였음이 문득 떠올라 미소 짓습니다. 대학 1학년 때 바닷소리가 듣고 싶다고 1박 2일 가출을 했을 때 쓴 글이었습니다. 젊은 낭만입니다.   소리는 말과도 통합니다. 소리에 뜻이 더해지면 말이 됩니다. 말소리는 소리이면서 말인 셈입니다. 그런데 소리가 말이 되는 것은 좋지만, 말이 소리가 될 때는 문제가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주로 말이 아닌 말을 소리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헛소리입니다. 헛소리는 분명히 말이지만 말로 생각하지 않기에 소리라고 하였습니다. 잔소리, 큰소리, 흰소리도 거기에 속합니다. 우리말의 ‘말 같지 않은 소리’라는 표현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말 같은 소리,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소리는 말에서 노래가 되기도 합니다. 노랫소리라는 말은 노래가 곧 소리임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제일 듣고 싶은 소리가 노랫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옛 노래에 아예 판소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소리가 노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소리꾼이라고 하였고, 노래를 부른다는 말 대신 소리를 한자리 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사실 노래는 ‘놀다’에서 온 말로 유희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는 내 몸통을 악기로 하여 나오기에 가장 솔직하고, 맑은 내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내 몸통과 성대, 입과 코,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 머리끝에서까지 소리가 나옵니다. 소리에 우리는 내 감정을 담고, 내 떨림을 담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소리꾼이라고 하는 게 훨씬 정겹고,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이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말을 하는 사람은 좋은 소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내 몸통이 내는 소리를 종종 죽여 놓고 삽니다. 소리를 죽인다고 하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소리는 곧 사람이기도 합니다. 말하고, 노래하는 소리의 사람입니다. 그런 소리를 죽이면 사람의 기운도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물론 소리 죽여 걸어야 하거나,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부드럽고 다정한 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운 없는 소리가 아니라 따뜻한 소리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소리를 크게 내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때조차 소리를 죽여서는 안 됩니다. 소리를 통한 기운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글을 백번 되풀이하여 읽으면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표현이 참 좋습니다. 모르면 되풀이하여 읽기를 권합니다. 여러 번 읽다 보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뜻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표현에서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바로 소리 내어 읽는다는 점입니다. 소리를 내어 읽어야 새로운 기운이 생겨나는 겁니다. 큰소리로 읽어야 뜻이 저절로 나타나는 겁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대학교 1학년 글쓰기 수업을 합니다. 글쓰기 수업은 필연적으로 글 읽기와 연계가 됩니다. 대학생 수업이기에 눈으로 읽기를 예상하겠지만, 제 수업에서는 소리 내어 읽기를 같이 합니다. 학생들도 오랜만에 해보는 경험이랍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합니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뜻도 저 잘 알게 되고, 부수적으로는 기분도 좋아집니다. 이런 것을 언어화라고 합니다. 언어화는 내 속의 생각이나 감정을 언어로 내보이는 것입니다. 내 사고를 뚜렷이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나 불안에서 빠져나오게 하기도 합니다. 소리를 내어 글을 읽어 보세요. 세상이 달라집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잔소리 큰소리 대신 소리

2024-03-03

[독자 마당] 마음안의 소리

자연의 소리는 굳이 밖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물소리만이 아니다. 더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는 내 마음 안에서 울려오는 소리일 거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관(觀)이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관(觀)하는 정진이 일상의 모든 행위를 거두어들일 수 있다면 아무리 험난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살더라도 올바른 자신의 정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온갖 문명의 이기에 의존하다 보니 본래의 자신은 잃어버리고… 남의 눈을 위해 거짓과 허상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고 있다.   의식주도 자신을 위한 것보다 남을 먼저 의식한다. 그러나 보니 제대로 취사선택도 하지 못하고 분별없어 받아들이는 무리를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즐거운 삶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진 고달픈 삶이 된다.    인간이 지닌 원초적인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여 자신 마음의 관(觀)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 속에서 허둥대며 뛰고 있다. 헛된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린 삶에서 빨리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을 찾는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온갖 종류의 소유의 얽매임을 벗고 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내 마음속 자연의 소리인 나의 관(觀)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이란 많이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 즐거움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삶을 살아야 가능하다.     마음 안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밖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살고 있는 현대인의 지나친 욕망은 스스로의 삶을 힘겹게 만든다.     아름다운 삶이란 자연과 함께 하는 일상이다. 이산하 / 노워크독자 마당 마음 소리 마음속 자연 바람소리 물소리 자신 마음

2022-07-3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